[더리포트=이동환기자] <친절한 과학책>  토니 치코리아는 40대초반 나이의 정형외과 의사다. 그는 1994년 야외에서 가족과 놀이를 하다가 공중 전화 부스로 들어가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통화를 끝내는 순간 전화 부스에 번개가 내려쳤다. 그 순간 그의 몸은 부스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의 얼굴과 왼발은 화상으로 욱신거렸다. 이후 그는 무력감을 느꼈고, 기억력에도 뭔가 이상이 있는 것 같았다.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의 이름도 자꾸 잊어먹었다. 그래서 신경에 이상이 있는지 진찰을 받았고, 뇌파검사(EEG)와 자기공명영상검사(MRI)도 받았다. 하지만 어떠한 문제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번개에 맞은 지 2주일 뒤에는 기력을 되찾아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문제는 지속되어 희귀병의 병명을 잊거나 수술 절차를 까먹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수술 솜씨만큼은 여전했다. 2주가 더 지나자 기억 장애는 없어지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생활이 정상으로 돌아온 듯 보였는데, 갑자기 피아노 음악을 듣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샘솟았다. 예전에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어릴 때 피아노 레슨을 몇 차례 받긴 했지만, 이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도 못했다. 그의 집에는 피아노도 없었고 그가 즐겨 듣던 음악은 록 음악이었다. 

이렇게 갑작스레 피아노 음악에 대한 열의가 샘솟자 그는 음반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이 음반을 자주 듣다보니, 문득 연주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다.

이어 또 다른 일이 일어났다. 피아노 음악에 대한 열의를 감각스럽게 느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는 머릿속에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잠을 자면서 음악을 들었던 것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억나는 대로 악보에 옮겨 적으려 했지만 들은 것을 어떻게 기보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결국 이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기보하는 방법도 배우기에 이른다. 음악에 빠진 그는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일하러 갈 때까지 피아노를 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저녁 내내 피아노를 쳤다. 그는 완전히 음악에 빠져들었다. 번개를 맞은지 석 달 만에 느긋하고 가족적이며 음악에는 거의 무관심했던 치코리아의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다.

과학책 <뮤지코필리아>에 나오는 이야기다. 과연 번개에 맞은 순간 그의 뇌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의 뇌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면 분명 무언가 큰 변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검사를 받지 않아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확실한 부분은 그가 맞은 번개는 분명 ‘행운의 번개‘ 였다.

이런 번개라면 나도 맞고 싶다. 그런데 번개를 맞을 확률은 600만분의 1정도라고 한다.그렇지만 번개를 맞고 이렇게 음악 천재성을 얻을 확률은 수억분의 1에 지니지 않으리라.

책제목 <뮤지코필리아>은 음악(Music)과 사랑을 의미하는 라틴어 필리아(philia)의 합성어로 책의 저자인 올리버 색스가 만든 단어다. 책 제목은 인간에게 ‘음악 사랑’의 본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리버 색스/ 정호연 옮김/ 알마/ 2008년
올리버 색스/ 정호연 옮김/ 알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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