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기자] 최근 넷플릭스를 뜨겁게 달군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과학이 비과학에 압도당할 때 닥쳐올 파국을 피 한 방울 없이도 섬뜩하게 보여 준다.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 정치 공학에 밀려 음모론 취급을 당하고, 정직한 과학자는 가짜 뉴스가 쏟아지는 소셜 미디어에서 비웃음거리로 추락한다. 허황된 대안만을 선동하는 지도층에는 과학계의 교차 검증 따위 필요 없다는 사이비 과학 추종자가 권력의 핵심으로 있다. 

픽션일 뿐인데 관객은 현실에서도 지구 종말은 시간문제인 것만 같은 위기감에 아찔해진다.

신간 <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는 과학으로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을 알려준다. 과학이라는 사고법, 즉 단편적 과학 지식을 넘어 그 원리와 철학을 바탕으로 한 생각하는 힘이다.

사실 우리는 과학을 잘 몰라도 보통은 평안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우리가 직감에 의존해 많은 것을 파악하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직감은 적은 정보로 단시간에 좋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놀라운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과학은 직감과는 상당히 모순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세상의 원리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도구이다.

책에서는 직감으로는 알기 힘든 여러 과학적 발견의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가 가진 직감의 한계와 과학의 탁월함을 보여준다. 

관찰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 과학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인 귀납법의 함정을 ‘반증 가능성’이라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돌파한 칼 포퍼에서 과학 이론을 ‘연구 프로그램’이라는 커다란 사고 체계의 일부로 본 러커토시 임레, 과학사를 과학적 세계상이 계속해서 교대되는 혁명의 연속으로 본 토머스 쿤까지 위대한 과학자들이 남긴 위대한 생각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특히 통계적 유의미의 함정을 설명하는 대목이나, 아마추어가 빠질 수 있는 잘못된 자기 평가를 지적하는 더닝 크루거 효과 이야기, 과학적 사실과 미신적인 주장이 타협할 수 없는 이유 등에선,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문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저자 플로리안 아이그너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 이론물리학연구소에서 양자 물리학 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강의와 집필, 방송 인터뷰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물리학자이다. 

플로리안 아이그너/ 갈매나무/ 2022년
플로리안 아이그너/ 갈매나무/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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