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기자]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 요소들을 살펴보면서 현재의 의료 모델을 뛰어넘어 근본적으로 건강을 개선할 방법을 모색한 책이 나왔다. 

신간 <다정함의 과학>은 현직 의사가 풍부한 경험과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이 사례들이 무척 흥미롭다.

외국의 한 연구팀이 토끼들에게 고지방 사료를 먹이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했다. 몇 달 후, 모든 토끼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고, 이제 토끼들이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올라갔다. 그런데 유독 한 무리의 토끼들만 다른 토끼들에 비해 혈관에 쌓인 지방 성분이 60퍼센트나 적었다. 

연구팀은 이 이상 현상의 이유를 찾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건강한 토끼들은 한 다정한 연구원이 돌봤던 토끼들이었는데, 그는 토끼들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말을 걸고, 껴안고, 쓰다듬으며 토끼들을 귀여워해줬다. 병에 걸리는 토끼와 건강을 유지하는 토끼를 나누는 것은 식단이나 유전자가 아니라 바로 ‘애정’이었다.

책에 따르면 건강은 단순히 ‘병의 유무’로 결정되지 않는다. 임상수치나 의학적 결과 외에도 건강에 영향을 주는 여러 잠재 요인이 있다. 가족과 친구, 이웃 같은 친밀한 관계, 사는 곳, 직장, 교육과 목표의식 등 건강과 무관해 보이는 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사례들이다.

'케이트는 쌍둥이를 출산했는데, 한 아기는 건강하게 태어났으나 다른 아기는 그렇지 못했다. 케이트는 죽은 아기를 가슴에 품고 어루만지며 다정한 말을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자 기적처럼 의사가 이미 사망선고를 내렸던 아기가 눈을 뜨고 숨을 쉬기 시작했다. 의사는 아기의 몸에만 집중했지만 엄마의 사랑이라는 잠재 요인이 아기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직장 내 스트레스는 정신적 문제뿐 아니라 신체 건강도 위협에 빠뜨린다. 1960년대 런던 공무원을 7년에 걸쳐 관찰한 대규모 연구 결과, 심장 질환의 주요 원인은 고콜레스테롤이나 고혈압이 아니라 직급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직급이 낮거나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3~6배나 높았다.'

저자는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는 단지 유전자와 질병의 유무에만 있지 않다고 말한다. 신체에만 주목하는 현대의학의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과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파급 효과에 눈을 돌리면 건강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건강하게 살기위해 우리가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깊이 알게된다.

"스스로에 대한 사랑, 타인에 대한 공감, 친절함과 다정함을 전하는 마음,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 차별과 편견을 배제한 공정성, 개인과 집단의 회복력을 향상하려는 여러 노력과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준다."

켈리 하딩/더퀘스트/ 2022년
켈리 하딩/더퀘스트/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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