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이진수기자] 국내연구진이 개인용 비행체 (PAV)나 초고속 기차에 쓰이는 합금(여러 금속 원소를 섞은 소재)의 원소 조합과 제작 공정을 인공 지능(AI)을 이용해 설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동안 꿈의 소재를 찾으려는 수많은 도전이 있어 왔다. 그러나 합금 설계 시 강도가 높으면서도 충분한 연성을 가지는 최적의 첨가 원소 혼합 비율과 공정 조건을 찾아내야만 하는데 여기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XAI 기술로 탄생시킨 고강도 경량 합금. 가운데 그림은 합금 소재의 미세조직을 분석한 사진. (UNIST 제공)
XAI 기술로 탄생시킨 고강도 경량 합금. 가운데 그림은 합금 소재의 미세조직을 분석한 사진. (UNIST 제공)

22일 UNIST에 따르면 기계공학과 정임두 교수 연구팀은 AI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고강도 경량 알루미늄 합금 설계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경상국립대학교, 한국재료연구원, 포스텍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AI가 찾아낸 원소 조합과 공정으로 만든 합금 소재는 기존 상용 소재(7068-T6 합금) 보다 강도가 20% 이상 세고, 연성(늘어나는 성질)은 2.5배 이상 뛰어났다. 

UNIST는 해당 기술에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이 적용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AI가 특정 조합과 공정을 추천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어서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용 합금 소재 개발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댜 때문이다.

공동 연구진은 최적의 강도와 연성을 갖는 첨가 원소 조합과 공정 조건을 빠르게 찾는 딥러닝 AI 모델을 개발했다.

추천 알고리즘을 이용해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지닐 것으로 예측되는 합금의 공정 조건도 얻었다. 추천 과정 또한 5분이 채 걸리지 않아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실험 없이 설계자가 원하는 공정 조건을 빠르게 얻을 수가 있다.

AI가 추천한 새로운 화학 조성과 공정 조건을 따라 실제 7000시리즈 알루미늄 합금을 제작해 본 결과 710MPa(메가파스칼) 이상의 항복강도를 유지하면서도 20%의 연성을 갖는 고강도 합금을 제작할 수 있었다. 널리 사용되는 상용 소재는 590MPa 정도의 항복 강도와 8% 수준의 연성을 지녔다.

특히 합금 설계 엔지니어가 화학 조성과 공정 조건이 합금의 기계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기술의 장점이다. 

연구팀은 AI의 추천을 받아 실제 제작한 합금의 미세조직을 분석한 결과 ‘설명 가능한 알고리즘’의 해석은 실제 재료 공학적 이론에도 서로 잘 부합함을 확인했다.

제1 저자인 박서빈 학생은 “이번 기술은 알루미늄 합금 뿐만 아니라 다른 경량 합금 소재 생산에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어, 소재 개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UNIST 정임두 교수는 “실험적인 방법만으로는 찾기가 어려웠던 높은 기계적인 특성을 가지는 경량 금속을 설명가능 인공지능과의 융합연구를 통해 찾아냈으며, 이는 탄소중립 시대의 모빌리티 생산에 있어 갈수록 높아지는 차체 경량화에 대한 수요를 맞추면서도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금속 분야 JCR 상위 7% 이내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알로이 앤 컴파운드(Journal of Alloys and Compounds)’에 지난 1월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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