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기자] 이어령 선생이 암 투병 중이던 어느 날, 한 기자가 찾아왔다. 그는 고 이병철 회장의 스물네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회장이 죽음에 대면했을 때 신부님에게 전했다는 내용,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부터 '지구의 종말은 오는가'까지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였다. 

그 기자는 현재 죽음에 당면해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어령 선생의 입장에서 답을 청했다. 

신간 <메멘토 모리>는 그에 대한 대답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성으로서의 내놓은 지식과 지혜인만큼 관심을 끈다. 

죽음, 신, 종교라는 세 가지가 핵심 키워드 외에 과학, 예술, 문명, 문화 등 여러 영역에 걸친 내용이다.

그 일부를 엿보자면, 첫째 장에선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스물다섯 가지 질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눈앞에 그렸다. 

인간의 오만과 코로나 패러독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및 과제, 진화의 원리와 신의 인간 창조에 기반을 둔 기독교적 가치관의 비교, 과학의 발달과 신의 존재, 지구의 종말에 관한 의견 등이다. 

이어령 선생은 그 해박함으로 명쾌하게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진단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항상 대역병이 지나가고 나면 인구도 불어나고 그 이전보다 번영이 이루어졌습니다. 페스트도 그랬습니다...런던 인구 3분의 1이 희생당한 1665년의 페스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 해 런던 대화재가 일어납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그 이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비롯해 쟁쟁하고 왕성한 지식인의 활동과 산업혁명, 그리고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nica)’로 영국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어요. 런던만이 아닙니다. 페스트라는 재앙의 마지막 종착지였던 파리 역시도 페스트가 지나간 뒤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발전, 유럽의 문화 중심지로 화려한 꽃을 피웁니다. 이것이 바로 팬데믹의 패러독스입니다.” -19쪽에서

왠지 이 답이 펜데믹으로 질리고 지친 독자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가. 어둠에 잠긴 나, 우리에게 희망의 불빛으로 말이다. 

이 책은 이어령 선생이 강연 및 인터뷰를 통해 세상과 나눈 방대한 대화의 기록인 <이어령 대화록>의 첫 번째 책이라고 한다. 총 20권이 출간 예정이다. 

이어령 김태완 (엮음) / 열림원 2022년
이어령 김태완 (엮음) / 열림원 /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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