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 기자] 신간 박천순 시집 <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예서. 2021)는 눈으로 들어온 풍경이 몸의 적막을 깨우고 마음을 흔들어 내가 완성되는 과정을 담았다. 이 풍경에는 아름다운 자연뿐 아니라 치열한 삶의 모습도 포함되어 있다.

나무가 특히 그렇다. 어둠 속을 더듬어 뿌리를 뻗어 나가고, 힘껏 하늘을 밀어 올린다. 나아가 더 멀리까지 세상을 보고자 한다.

시인은 그 나무에 손바닥을 대고 싶어한다. 소통을 원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마음 밑바닥으로부터 대상과 연결되기를 원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시집은 ‘하루는 가늘다’라는 시로 문을 연다. 부질없이 바쁜 나날 속에서 위태하게 건너가는 허리는 아프고 가늘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손을 펴서 무언가 잡으려고 하지만, 읽을 수 없는 우주는 대답 없이 저물어간다. 

총 5부로 되어 있다.

1부는 주로 ‘가족의 사랑’ 시를 중심으로 엮었다. <바다가 사랑이다>에 나오는 어머니의 사랑은 우주의 지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2부는 ‘연인과의 사랑’이 시의 중심이다.

3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다. <마음에 바람이 분다>에서 보듯 우리 마음엔 늘 바람이 일지만, 켜켜이 숨죽이고 살아간다. 마음도 한 번쯤은 무한한 공중에서 맘껏 펄럭이고 싶지 않을까!

4부는 ‘길’ 위의 시를 중심으로 엮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길 위에 있다. 호흡이 촘촘하도록 그저 걷고 또 걸을 뿐이다.

5부는 ‘계절-봄’을 담았다. 봄은 생명과 소망의 계절이다. 절망과 어둠 속에서도 형용사들이 꼬물꼬물 일어나 우주의 빛을 끌어 모은다.

이중 시인이 추천하는 시는 이렇다. 걸으면서 곱씹게 되고 여운이 남는 문장이다.

‘내가 바라는 건 / 숨이 멎을 때까지 걷고 / 발자국이 시가 되는 것’-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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