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 기자] "독자들이 ‘미술 같은 것’을 찾기보다 미술 그 너머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느끼기를 바란다."

신간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박보나, 한겨레출판사, 2021)은 부수고, 자르고, 칠하고, 주물럭거리고 던지며 자신들의 이야기로 또 다른 존재와의 연결고리를 찾아 나서는 미술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이로써 미술이 가진 편협한 꼬리표(어렵고, 추상적인, 저항적인) 대신 미술의 세계에서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자 한다. 

책에는 총 14명의 작가가 등장한다.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조은지, 정서영 그리고 저자(박보나)를 비롯해 혼프, 주마나 에밀 아부드, 지미 더럼, 피에르 위그, 크리스틴 선 킴 등 다소 생소한 국외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더럼의 작품 중에는 눈과 입이 그려진 큰 바위로 자동차를 폭삭 찌그러트린 정물화 시리즈가 있다. 익살스러워 보이는 작업이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것은 가볍지 않다. 이 설치 작품에서 아래에 깔린 자동차는 기술과 문명을 상징한다. 따라서 얼굴의 꼴을 한 돌이 자동차를 짓누르고 있는 형상은 닫힌 이성과 논리 따위는 열린 자연의 발밑에 두겠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52쪽)

저자는 미술이란 작가들아 잡은 모든 손(존재)’에 대한 이야기인데, 무엇보다 이 땅 위의 존재에 경계를 짓고 이름을 맘대로 부르려는 모든 행동을 부수고 깨트리는 일에 작가들은 겁을 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 남아돌거나 소외되어도 괜찮은 존재는 하나도 없다”는 레오나르도 보프 신부의 다정한 말을 곱씹으며 이 책을 썼다. 우리가 함부로 밀어낸 다양한 존재들을 하나하나 부르는 미술작가들의 작업을 넓게 읽고 사회와 유연하게 연결시킴으로써, 더 늦기 전에 이 땅 위의 생존 문제를 같이 얘기해보고자 했다."-저자

책은 무엇이 자연이고 무엇이 미술인지 모를 혼란스러운 작품 세계를 선사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경계를 짓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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