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기자]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겨울이면 한번 쯤 생각하게 되는 백석. 겨울을 예감하는 쌀쌀한 늦가을에 작가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책이 나왔다.

신간 <백석 시 꼼꼼하게 읽기>(2021)는 제목 그대로 세밀한 분석을 통해 작품의 내용과 미적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한 책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 학계에 제출되고 널리 수용되고 있는 기존 해석과는 차이가 많다는 사실이다.

저자 오성호 교수(순천대학교 국어교육과)는 “백석 시에 대한 오독이나 미흡한 이해, 과도한 평가에서 벗어나서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는 연구자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집필 취지를 밝힌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개별 시편들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만주시편’에 대해서, 연구자들 대부분이 민족의 차이를 넘어선 중국인과의 연대의 감정을 그린 것으로 이해하지만 이는 대단한 오독이라고 본다.

“만주는 ‘지금 여기’의 만주가 아니라 시대적 차이와 지리적 차이를 넘어서서 동질화한 중국으로의 망명을 꿈꾸었다고 하는 것이 옳다. 그가 연대감을 느낀 것 역시 ‘지금 여기’의 중국인이 아니라 중국의 옛 현인, 문사들이었다.” (본문 중)

또한 백석 시의 특징으로 일컬어지는 방언과 관련된 해석 역시 기존의 해석과는 상당히 다르다. 시 속의 방언은 표준어에 대한 저항이라기보다는 문자의 음성적 기원에 대한 망각을 강제하는 글말에 대한 저항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석 시에서 사용된 평북 방언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백석 시 구문, 철자법, 띄어쓰기 등이 방언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입말의 흔적을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

이 책은 백석의 북한에서의 활동과 북한에서 발표한 시들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과 평가에 주력했다. 특히 김일성에 대한 개인숭배가 노골화, 본격화되어 가는 시점(1959년)임에도 불구하고, 백석은 자신의 시에 개인숭배와 관련된 내용을 결코 담지 않았다고 말한다.

“백석은 전후 복구건설의 성과를 노래했지만, 그것을 위대한 수령의 은덕이 아니라 공산주의 이념, 당과 국가의 인도, 인민의 자발적 연대 등에 의한 것으로 그렸다. 그 중에서도 백석이 특히 주목한 것은 공산주의 이상과 인민들의 자발적인 연대(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였다. 개인숭배를 내용으로 하는 시들이 범람하는 와중에서도 그가 이런 식으로 자기 나름의 문학적 신념과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애썼다는 사실만큼은 반드시 기억될 필요가 있다.”(본문 중)

시인에 대한 연구는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정확하고 철저한 이해와 분석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백석의 삶과 시에 대해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한 이 책은 학계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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