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이진수기자] 유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한 소설가에게 물었다.

"미적분학을 아세요?"

"모르는데요."

그러자 파인만이 말했다.

"배워두는 게 좋을 거요. 신이 사용하는 언어니까요."

<미적분의 힘>(해나무. 2021) 서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말은 "이 책을 읽어두는 게 좋을 거요."로 바꿀 수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하다. 일단 만약 미적분학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알아보자. 

먼저 모든 종류의 전자기기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휴대폰, TV, 냉장고를 작동시키는 기본 원리인 전자기 이론이 미적분의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하는 GPS 또한 미적분학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GPS 인공위성을 실은 우주선의 궤적, 인공위성에 실린 원자시계의 양자역학적 진동, 중력장이 일으키는 상대론적 오차를 보정하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모두 미적분의 언어로 기술되고 예측된다. 

미적분학의 원리는 데이터를 압축하는 데도 쓰이며, 덕분에 우리는 호주머니에 5000곡의 노래를 담을 수 있고, FBI는 지문 정보를 이용해서 범죄자를 잡을 수 있었다. 

심지어 미적분이 없었다면 계몽주의와 미국 독립 선언서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뉴턴이 미적분을 사용해 쌓아올린 정교한 체계는 결정론, 자유, 인권 등 철학적 개념들의 탄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적분학은 이처럼 인류 문명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우주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그렇다면 그 핵심 원리는 무엇일까? 

미적분학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잘게 쪼개서 단순한 문제로 바꾼 뒤, 단순한 문제의 답을 다시 합쳐서 원래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다. 이 핵심 원리를 ‘무한의 원리’라고 부른다. 

무한의 원리는 원의 정확한 넓이를 구하는 문제에 골몰했던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부터 현실처럼 느껴지는 현대의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까지, 미적분학이 이룩한 위업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

저자인 세계적인 응용수학자 스티븐 스트로가츠는 이 책에서 미적분학이 어떻게 2200년의 역사동안 당대 최고의 지성들을 괴롭혔던 난제들에 해법을 제시했는지 보여준다. 

떨어지는 물체의 비밀을 밝힌 갈릴레이, 행성 궤도의 법칙을 발견한 케플러, 접선의 기울기를 구한 페르마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들은 자신들 앞에 놓인 난제를 풀기 위해서 무한의 원리를 활용했다. 

그리고 마침내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물줄기들을 종합하여 미적분학이라는 거대한 강을 이루었다.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쥔 인류는 광대한 우주와 원자보다 작은 영역을 탐험했고, 산업 혁명과 정보 혁명을 통해 현대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일상생활의 무대 뒤에서 조용히 작동하고 있는 미적분학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미적분학은 지금까지 인류가 맞닥뜨렸던 가장 어렵고 중요한 문제들을 풀어왔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들이 우리가 미적분을 알아야하고 이 책을 읽어야할 이유다. 그 과정을 한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인류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위대한 통찰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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