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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소설을 읽고 나면 말하고 싶어진다, 상처 없는 이는 없으니
이미란 소설을 읽고 나면 말하고 싶어진다, 상처 없는 이는 없으니
  • 조아람 기자
  • 승인 2021.10.14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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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리포트=조아람 기자] “독자들은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왠지 자기 자신도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된다. 소설 속 안처럼, ‘너’처럼,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어줄 ‘나’처럼 두루마리 치유법을 실행해보고 싶은 욕망이 서서히 커지는 것을 느낀다. 이 세상 누구라도 가슴 한켠에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2인칭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미란 작가의 소설 쓰기가 결국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끊임없는 독자와의 대화, 작품 속 허구 세계로의 유혹적인 초대, 희망을 향한 묵묵한 발걸음 같은 것 말이다.”(장두영 문학평론가)

신간 이미란 소설집 <너의 경우>(예서. 2021)는 이인칭 단편소설을 수록한 창작집이다. 소설의 주인공을 ‘너/당신’이라고 부르며 서사의 대상으로 삼는 단편소설 5편(<당신?>, <너의 경우>, <일박 이일>, <진실>, <거짓말>)이 실려 있다.

이 소설들에서 사용된 이인칭 호칭은 독특한 서사적 효과를 발생시키며 각 작품의 주제 구현에 기여한다. 독자를 수화자처럼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는 이인칭 소설은 한편으로는 작중인물에 관한 보고적 진술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독자를 향한 직접적인 말 건네기의 서사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시제를 활용한 서술이 많아서 인물의 생생한 감정과 활동의 순간으로 독자를 초대하며 이인칭 소설의 향취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새롭고 상호주체적인 독서를 체험하게 하며, 소설을 쓰려는 이에게는 이인칭 서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당신?>은 SF적 상상력으로 포스트휴먼에 대한 욕망과 경계를 다룬 작품이다. 뇌수종 수술을 받고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깨어난 ‘당신’이 각종 생체공학기술의 신봉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기계 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 과정을 아내인 ‘나’가 지켜보며 당혹감과 두려움을 전한다.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자는 제안을 하는 ‘당신’에게 ‘나’는 ‘당신’이 과연 ‘당신’인가를 묻는다.

<너의 경우>는 치유적 글쓰기로서의 소설 창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소설 창작의 과정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한 학생 ‘안’의 스토리를 내부 이야기로 제시하며, 또 다른 학생인 ‘너’가 소설 창작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기를 바라는 ‘나’가 ‘너’의 서사적 진실을 독려하고 추적해 가는 내용이다. 트라우마를 지닌 소설 창작자가 자신의 상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발화의 표층으로 끌어올려 대면함으로써 스스로 치유의 길을 발견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일박 이일>은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와 동행한 ‘너’의 일박 이일의 여행을 통해 두 노인의 삶의 여정과 노화의 모습을 생생한 감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자존심 강한 시어머니와 헌신적인 삶을 살아온 친정엄마, 두 노인의 삶을 반영하는 행동과 취향은 디테일의 재미를 주면서 모녀간, 고부간의 관계와 이해에 대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정서를 전달한다.

<진실>은 진술 분석을 통해 애인의 범죄 혐의를 추적하는 이야기이다. 해바라기센터에서 일하는 진술 분석가인 ‘너’는 성추행 피해자인 초등학교 3학년의 진술 분석을 맡게 되는데, 피의자는 너의 애인인 ‘그’로 밝혀진다. ‘너’가 알고 있었던 ‘그’와, 거짓이라고 할 만한 뚜렷한 근거가 없는 아이의 진술 사이에서 과연 진실은 무엇이며, 진실을 가리는 상형문자는 무엇이었는지가 긴장감 있는 추적의 서사로 드러난다.

<거짓말>은 습관적인 거짓말쟁이 이야기를 전하는 인물 ‘당신’에 관한 이야기이다. ‘당신’은 아들의 여자친구인 ‘승혜’를 가난한 연인처럼 사랑한다. 승혜의 습관적인 거짓말 속에 승혜가 되고 싶은 승혜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며 승혜를 용서하고 구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당신’이 베푼 모든 물질과 선의가 거짓말의 재료로 이용되었다고 여겨질 때, 승혜를 파혼으로 몰고 가는 ‘당신’은 거짓말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묻고 있는 소설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이 책은 이인칭 소설의 서사적 효과가 미학적 성공을 거둔 창작 작품집이다. 독자에게 인물의 생생한 감정과 활동의 순간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주제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또한 단편소설 첫머리에 일러스트레이터 펀 그린의 삽화 라는,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장치를 두어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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