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 기자] “이상화에게 조선은 생명의 꽃이었다. 그러나 일제에 의해 짓밟힌 조국은 상처받은 꽃이자 고통의 꽃이고 아픔의 꽃이 되었다. 그 꽃을 되살릴 부활의 동굴과 침실, 빼앗긴 들에서 꽃 피는 봄을 기다리는 여인은 상화와 한 몸을 가진 그의 열망의 분신이다.”

항일 민족시인 이상화의 문학과 삶을 복원한 책이 나왔다.

신간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달파>(2021. 경진출판)은 이상규 교수(경북대 명예교수)가 이상화의 입장에서 대필한 자서전이다.

이상화 시인은 생전에 시집 한 권도 남겨놓지 않고 광복을 눈앞에 둔 어느 날 훌쩍 떠났다.  근대의 끝자락에서 소용돌이치는 현대의 풍광이 나비 날갯짓으로 내려앉을 무렵 달구벌 한복판에서 태어난 시인은 우리나라 1920년대 현대시문학의 문을 활짝 열었다. 어두운 일제 식민 시절 가파른 역사의 고된 길을 걸으며 식민 극복과 가난한 식민 조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가슴으로 뜨겁게 노래했다. 필자는 그 적막하고 암울했던 1901년 이상화 시인이 태어난 시공간으로 되돌아가 본다.

책은 이상화의 문학에만 매달려 그의 삶을 두 토막 혹은 세 토막으로 나누어서 설명해 온 방식에서 벗어나, 이상화의 삶을 지배했던 전반기 문학인의 삶과 1927년 이후 문화예술 사회운동가로서의 기간으로 분절하여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합한 그의 전 생애를 판독해 내려고 노력하였다.

1920년대 상화는 문단의 선두에서 서구 문학사조를 수용하면서도 토속적인 화법으로 또 심미적인 은유와 상징으로 자유시 형식을 다양하게 시험한 시인이다. 그의 토속적인 시적 표현으로 인해 후세 사람들의 많은 오독의 흔적이 남기게 되기도 하였다.

이상화의 삶과 문학텍스트에 대한 재해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어쩌면 저자 스스로가 이상화에 대한 굳은 신념을 독자들에게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훨씬 더 솔직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새천년이 시작될 무렵 이상화가 살다간 고택이 도심개발에 헐려나가게 된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불연듯이 이상화가 살았던 고택의 보존운동을 통해 일제 저항시인의 숭고한 시 정신을 대구시민에게 알려야겠다고 판단하고 저자 이상규는 “항일민족시인이상화고택보존운동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이상화에 대한 시를 다시 읽고 그의 시의 텍스트에서 식민 지배의 역사를 읽어낼 수 있는 문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지 벌써 20여 년이 흘렀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한 시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내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의 삶과 문학 유산을 온통 오류투성이로 만들어 놓은 지난 잘못을 바로잡고 싶었던 열망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학계나 평론계의 자료 처리 방식이 얼마나 부실하고 취약한지를 반성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한 작가의 문학 성과에 대한 평가가 한 시대의 이념적 대치로 포박당하여 왜곡되거나 평론자의 인식의 깊이와 해석의 품격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질 수도 있다. 문학사에서의 평가나 문학의 독해는 평론가나 독해자의 견해에 따라 굴절되거나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편향되기도 하여, 그 결과가 오류투성이의 단면을 드러낼 수도 있다. 문학사뿐만 아니라 역사는 쓰여지는 순간 진실에서 멀어져 허구로 치닫게 된다. 더군다나 이념이 개입되는 순간 진실로부터 더욱 멀어진다. 우리 문학사에서 아마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작가가 이상화 시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항일민족시인이상화고택보존운동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으로 지켜진 대구벌 이상화 고택, 이상화 고택보존운동을 위해 함께 해 준 136분의 명단을 실어 영원한 기록으로 이 책에 남겼다.

이상화기념관에서는 시인의 삶과 문학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이 책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달파>(항일민족시인 이상화의 문학과 삶, 이상화기념관 학술총서1)에 이어 학술총서 3권을 연속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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