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이진수기자] <논문읽기> 조선시대 <감로도(甘露圖)>는 중생들에게 이슬(감로)과 같은 법문을 베풀어 해탈시키는 의식의 모습을 그린 불화다. 이 <감로도>는 억울하게 죽은 모든 영혼이 부처의 가르침을 깨달아 다음 생에서는 좋은 모습으로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목적에 의해서 많이 제작되었다.
이 감로도가 일본에 전래되어 <쿠마노관심십계도(熊野觀心十界圖)>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쿠마노관심십계도(熊野觀心十界圖)'의 도상과 연원에 관한 검토>(영산대학교 동양문화연구원, <동양문화연구> 34권0호)는 두 그림의 관계를 흥미롭게 분석했다.
두 그림은 화면 중앙에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펼쳐진 의식장면과 화면 하단부에 수많은 도상들이 삽입되어 있는 구성이 비슷하다.
논문에 따르면 중세-근대 일본에서는 포교활동의 한 형태로 불화를 휴대하고 전국을 누비며 민중들을 대상으로 그림 속에 표현된 도상을 해석해주는 에도키(繪解き)가 유행하였다.
이 불화들은 특정 종파를 위한 선전이나 불교를 민중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시각자료였다. 이 논문의 주제인 <熊野觀心十界圖>도 이러한 회해(繪解)에 사용되었던 그림 중 하나이다.
논문은 <쿠마노관심십계도>가 쿠마노비구니(熊野比丘尼)라 불리던 일종의 법사(法師)집단이 사용하던 그림으로, 주로 여성의 죄업을 설하며 여성들을 교화하는 것에 주력했던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도상들이 그림 속에 담겨있다고 전한다.
즉 이 그림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일본 내에서 기존에 존재하던 도상들을 중생 교화의 목적에 맞게 효율적으로 재구성하여 제작한 불화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이어 논문은 이 그림에서는 십계 중에서도 지옥의 도상들을 그림의 절반 이상의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그 안에서 이 그림이 제작되던 당시의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논문은 <쿠마노관심십계도>에는 일본에 유입된 조선의 <감로도> 중 화면 중앙의 의식 도상이 차용되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시아귀의식을 통하여 불특정 다수의 구제를 상징하고 염원했던 <감로도>의 의식 장면은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목련구모(目連救母)설화로 변환되어 선조에 대한 공양의 중요성 또는 보은(報恩)을 강조한 도상으로 탈바꿈하여 수용되었다는 것이다.
결론으로 논문은 이 <쿠마노관심십계도>는 "한장의 그림 안에 불교에서 말하는 우주의 구조와 인간의 일생, 그리고 제작 당시에 새롭게 형성된 가치관에 따른 다양한 사후 세계의 모습과 추선공양의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불화"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