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신간 김영현 시인의 시집 <동해에도 석양이 있나요>(2021)는 <바다의 일생> 이후 14년 만에 출간된 두 번째 시집이다. <바다의 일생>의 시즌2이기도 하다. 강원도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한 이번 시집은 더 구체적이며 더 간결하며 더 서정적이다.

시집을 열면 마치 큰 부채를 탁 펼치 듯 한 편의 장편 서사시가 눈에 들어오고 이어 한편의 생생한 다큐가 눈앞에 펼쳐진다.

먼저 제1부는 바다와 관련된 정서와 삶의 현장이 집요하게 탐색되어 있다. 그곳의 어판장은 어부만의 어판장이 아니라 시인의 어판장이기도 하다. 그의 시의 돛대이며 등대이며 밧줄이며 그물이며 방파제다.

제2부는 오직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바다와 손을 잡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기록이며 상설 전시장과 같다.

시인의 눈은 먼 바다 큰 고래보다 축항 끝 돌 틈에 살고 있는 ‘겁 많은 놀래기’를 주목한다. 그 ‘놀래기’는 결국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어부를 상징하고 아비를 상징한다.

제3부는 ‘자산어보(玆山漁譜)’나 어류도감 몇 쪽을 옮긴 것 같다. 첫 작품부터 ‘가르쟁이’라는 ‘임연수어’가 등장한다. 이어 골뱅이와 고등어와 명태와 동태국과 대관령 덕장의 황태와 쇠미역과 생태와 꽁치가 나오는 게 마치 집어등 같다.

제4부는 바다보다 시인의 내면적 풍경을 담았다. 핵심은 그리움이다. 봄이 길목에서 만화방창했던 ‘나릿가’의 옛 영화(榮華)를 그리워하며 육친과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종해 형 부부’를 그리워하고 ‘살개마을 우리 집’을 그리워한다.

총 71편의 시편 어디를 펼쳐보아도 마치 여행을 하듯 바닷가의 삶과 비릿한 생선 냄새와 마주칠 수 있다. 근래 만나기 힘든, 한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의 풍속과 풍경, 이웃의 삶을 집중적으로 사유한 점도 이 시집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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