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 ‘사람 혈액으로 면역반응 평가’ 플랫폼 개발
인체 이식형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기 전에 성공여부 파악 가능

[더리포트-이진수기자] 우리 몸은 다른 동물의 장기가 이식되면 해당 조직을 파괴하는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다양한 인자들을 유전적으로 조작하여 장기이식용 돼지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개발한 돼지의 장기가 인체에 적합한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어서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서울대학교 병원 장기이식센터와 함께 인체 이식형 인공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기 전에 성공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혈관의 기능과 물성을 모사한 바이오 인공혈관을 개발하고, 여기에 인간의 혈액 순환계를 그대로 재현시킨 순환계 혈관 플랫폼을 개발했다.

27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인공 장기나 의료기기를 신체에 이식하게 되면 발생하는 대표적 면역 거부반응은 장기와 수여자의 혈관이 연결된 이후 혈액이 응고되어 혈관이 막히는 문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장기 이식의 성패가 갈리게 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장기를 이식해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으며, 특히 혈액이 굳는 반응은 실제 혈액이 흐르는 혈관과 유사한 환경이 아니면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

생체재료연구센터 정영미 박사는 혈액 응고를 이식 전에 검증하기 위해 혈관을 구성하는 주요성분인 콜라겐과 피브린을 베이스로 제작한 튜브 형태의 틀에 액체 상태인 하이드로겔을 넣고 37°C에서 굳혀준 뒤 압축하는 간편한 방법으로 인공혈관을 개발하고, 실제 혈관에서처럼 혈액을 순환시킬 수 있게 했다.

개발된 혈관 플랫폼에서 이종장기이식 면역 거부반응을 억제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된 돼지 혈관 내피세포의 혈관 내 면역반응 체외 및 동물 모델 체내 평가 결과. (이미지=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개발된 혈관 플랫폼에서 이종장기이식 면역 거부반응을 억제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된 돼지 혈관 내피세포의 혈관 내 면역반응 체외 및 동물 모델 체내 평가 결과. (이미지=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존의 인공혈관 구조에서는 혈관 제작을 위해 혈관내피세포를 7~21일간 배양해야 했던 반면, 새로운 인공혈관은 혈관내피세포가 빠른 시간 안에 안정적으로 부착되어 3일 이내 혈관 제작이 가능해져 분석툴로 적용시 실험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개발한 인공혈관 플랫폼은 체외 실험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동물모델을 이용한 체내 실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 돼지의 혈관 내피세포를 혈관 플랫폼의 혈관내막에 배양하여 인공 돼지 혈관을 제작한 후 사람의 혈액을 순환시켜 체외 시험을 진행하고, 사람과 유사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도록 유도한 생쥐 모델에 인공 돼지 혈관을 이식하여 체내 시험을 진행했다.

체내·외 실험을 통해 면역 거부반응을 평가한 결과, 연구팀에서 조작한 특정 유전자로 제작한 혈관 샘플이 급성 면역 거부반응을 잘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해당 유전자 조작돼지가 면역 거부반응이 적은 장기 기증 동물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KIST 정영미 박사는 “순환계 인공혈관 플랫폼은 실제 혈관과 구조적으로 유사할 뿐만 아니라 혈관의 물리적, 생물학적 특성 또한 모사했기 때문에 우리 몸의 순환계와 유사한 미세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라며, “제작법이 간단하여 기업이나 병원 등에서 개발한 혈관관련 신약이나 면역치료법에 대한 전임상 툴로도 사용될 수 있어 상업적으로도 효용성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혜숙)의 지원으로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보건복지부 첨단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결과는 국제 저널인 ‘Science Advances’(IF : 14.136, JCR분야 상위 4.93%) 최신 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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