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이진수기자] 국내연구진이 코로나바이러스 RNA에 직접 결합하여 증식을 제어하는 단백질들을 발견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2일 소속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연구팀이 이 같은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로 작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에 이어 고해상도 단백질체 지도를 완성했다. 이로써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연구팀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을 찾기 위해 특정 RNA에 결합하는 단백질만을 분리·동정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사진은 연구 결과 요약. (그래픽=기초과학연구원)

특정 RNA에 결합하는 단백질만 분리·동정하는 기술 개발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김 단장은 2012년 IBS RNA 연구단장으로 부임하여 RNA와 유전자 조절을 연구하고 있다. 전령RNA의 분해를 막는 '혼합 꼬리'를 발견(2018, Science)하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원인인 SARS-CoV-2의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2020, Cell)하는 등 독보적 성과를 창출한 RNA 분야 세계적 석학이다. 이러한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아,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영국 왕립학회(The Royal Society)와 미국국립과학원의 외국인 회원으로 선정됐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바이러스의 한 종류이다. 숙주세포에 침투해 자신의 유전정보가 담긴 ‘유전체 RNA(genomic RNA)’를 생산 및 번역함으로써 여러 ‘비구조단백질(non-structural protein)’을 만들어 낸다. 비구조단백질은 숙주세포의 1차 면역 공격(선천면역)을 차단하고 바이러스 유전체를 복제한다. 이후 유전체 RNA에서는‘하위유전체 RNA(subgenomic RNA)’가 생산된다. 이는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여러‘구조단백질(스파이크, 외피 등)’의 설계도 역할을 한다. 구조단백질과 유전체 RNA는 바이러스 입자를 만들어내며, 세포를 탈출하여 새로운 세포를 감염시킨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세포에 침입한 뒤 만들어낸 RNA중합효소는 바이러스 증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의 유전체RNA(gRNA)를 대량으로 복제하는 한편, 하위 유전체RNA(sgRNA)를 전사하여 바이러스 구조물을 만든다.

이렇듯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식에는 유전체 RNA 및 하위유전체 RNA에 결합하는 숙주세포의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 단백질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연구진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을 찾기 위해 특정 RNA에 결합하는 단백질만을 분리·동정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이를 활용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RNA에 결합하는 단백질 109개를 모두 찾아냈다. 이중 37개는 유전체 RNA와 하위 유전체 RNA에 공통으로 결합함을 확인했다.

​총 109개의 단백질을 보고 하였으며 이 중에 37개의 단백질은 유전체 RNA와 하위 유전체 RNA에 공통으로 결합하는 단백질로 나타났다.

숙주세포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간 네트워크 지도 완성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2일 소속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 (기초과학연구원)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HCoV-OC43와도 비교분석을 진행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과에 공통으로 작용하는 단백질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만 결합하는 단백질을 분류하고, 각각의 기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바이러스 증식을 돕는 단백질 8종과 항바이러스 단백질 17종을 발견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직접 결합하는 단백질 일체는 물론, 이들이 바이러스 증식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것이다.

​RNA 간섭효과 (RNA interference) 기술을 활용해 개별 유전자들의 양을 줄인 상태에서 바이러스를 인간 세포에 감염시킨 후 추출된 세포 내의 바이러스 RNA의 상대적인 양을 비교함으로써 17개의 항바이러스 단백질들을 찾아내었고 8개의 단백질은 바이러스 증식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나아가 RNA 빅데이터 기반의 교차분석을 통해 숙주세포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간 네트워크 지도를 완성했다. 바이러스 RNA 중심의 단백질 분자 간 상호작용 이해를 기반으로, 복잡하게 얽힌 숙주세포와 바이러스의 관계 일부를 밝힌 것이다. 가령 숙주세포의 LARP1, SHIFTLESS 단백질은 바이러스의 단백질 생성을 방해하여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다.

이번 연구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같은 베타 코로나바이러스이자 감기를 일으킨다고 알려진 HCoV-OC43의 RNA에 결합하는 단백질체의 비교분석을 통해 이들이 상당부분 같은 숙주 단백질들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아내었고, LARP1, ZC3HAV1, TRIM25, PARP12, SHFL 등 17개의 항바이러스 단백질들이 존재함을 밝혔으며, EIF3D, CSDE1 등 8개의 단백질은 바이러스 증식에 이용된다는 것을 규명하였다.

이번 연구로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이게 됐다. 더불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직접 결합하는 단백질들을 타겟한 항바이러스제 개발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Molecular Cell(IF 15.584)에 4월 27일(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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