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 기자] ‘가족이란 무엇일까? 인간이 왜 고향으로 회귀하려고 하는 걸까? 여행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삶과 죽음이 우리 삶에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신간 <비밀의 숫자를 누른다>(김태경, 2021)는 삶의 원초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만나는 소소한 일상을 시어로 붙잡은 시집이다.

먼저 그 일상의 가장 큰 부분은 가족이다. 가족과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느끼는 애환부터 오랜 도시살이에서 고향 회귀의 마음, 질병과 죽음의 생로병사 과정에서 소소하게 느끼는 파편까지 포괄한다.

그 일상은 바로 우리의 일상이다. 연로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살아계신 우리 부모님의 애틋한 인생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탄생, 자녀의 결혼, 만나면서 살아가는 삶의 인연 같은 것이다.

”자식들 떠난 자리 / 또 쓸고 닦으며 기다며 살다 / 쓸쓸함을 덮고 있는 노을만 바라봅니다 / 내다보는 대문 밖 바람은 지나가고 / 기다리는 자식 같다며 / 좁쌀알 먹이로 놓아 / 날아온 참새들 바라보며 웃으신다“ (중략)

”홀로 가는 인생인데 / 그 좋은 술 한 잔도 마시지 못하신다며 / 건네주시는 한 잔의 서글픔“(아버지와 딸) (32쪽).

아내가 친정을 걱정하는 애틋한 마음을 담은 시로, 인생의 황혼기에 삶의 애잔함을 고스란히 몸으로 보여주는 것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아마도 독자가 연로하신 노부모를 떠올린다면, 이 시구절을 읽을 때 삶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터이다.

이 시집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와 우리말을 사용하여 그 묘미를 최대한 살린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삶의 과정 중에서 젊었을 때 만난 봄과 달리 가을을 바라보는 사람의 심정은 다르다. 그에 대한 느낌은 장면의 구체적 묘사, 다양한 시적 표현방식, 주제의 함축성, 우리말의 내재된 시어의 차이를 통해 시로 형상화했다

저자 김태경 시인은  수험생들을 지도하는 선생으로 30년을 살았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인간의 보편적 정서, 시대적 고뇌를 견디고 이겨낸 참여 시인들의 삶의 진솔한 이야기, 종교적인 힘과 기도의 정신, 산업화로 인한 현대사회의 풍경 속에서 전통의 아름다움 등을 담은 시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며 “이러한 시들이 시창작 과정에서 음으로 양으로 시적 표현방식, 주제의 형상화 등 많은 영향을 주었고, 그것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출간 소감을 밝힌다.

시의 주제는 다만 일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족과 생명에 대한 외에 노동과 여행의 즐거움, 인간과 자연의 관계, 인간의 삶과 역사를 두루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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