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8000달러(약4230만 원)를 넘는 도시에선 녹지 공간을 늘리는 게 경제성장을 하는 것보다 시민을 더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더리포트=김태우 기자] “돈을 더 버는 일보다 녹지를 늘리는 일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회에서는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것보다 도심 녹지를 늘리는 게 시민을 더 행복하게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 CI 연구팀이 포스텍, 미국 뉴저지공대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60개 국가의 도심 녹지 공간을 분석한 결과다.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도심 녹지와 시민 행복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주로 선진국 대상의 연구에 그쳤다. 또 현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항공사진을 활용했기 때문에 대대적인 조사도 어려웠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녹지의 긍정적 영향이 범지구적 현상인지, 또 국가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그 영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IBS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은 전 세계 60개국에 대해 도심 녹지비율(원 색)과 행복도(원 크기)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유럽우주국(ESA)의 고해상도 위성인 센티넬-2(Sentinel-2)가 찍은 사진을 이용해 세계 60개국, 90개 도시의 녹지 면적을 조사했다.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최소 국가 인구의 10%를 포함하는 도시)를 분석대상으로 삼았으며, 선명한 이미지를 위해 각 지역의 여름 시기를 분석했다.

북반구는 2018년 6~9월, 남반구는 2017년 12월~2018년 2월의 이미지가 쓰였다. 이렇게 산출한 도시별 녹지 면적을 유엔의 2018년 세계행복보고서, 국가별 국내총샌산(GDP) 자료와 교차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경제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도시에서 녹지의 면적이 넓을수록 시민 행복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파악했다. 다만, 60개 국가 중 GDP 하위 30개 국가는 경제 성장이 행복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경제적 여유가 충분히 생기기 전까지는 녹지도 좋지만 부유해지는 게 행복 수준을 높이는 데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8000달러(약4230만 원)를 넘는 도시에선 녹지 공간을 늘리는 게 경제성장을 하는 것보다 시민을 더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미영 CI는 “막연히 추측해온 녹지, 경제 그리고 행복간의 상관관계를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도심 녹지 공간이 행복감을 향상시키는 사회적 요인 중 하나임을 확인했다”며 “시민의 행복도를 높이려면 도시 계획 과정에서 녹지 조성에 중요한 의미를 둬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데이터 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EPJ Data Science’ 지난 5월 3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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