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 기자] 포털 영화 리뷰 코너를 보면 가끔 논쟁이 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정 영화에 대한 혹평을 할 경우, 반대 의견이 엮은 굴비처럼 달린다. 이 때 반대 쪽 네티즌이 놓치는 게 있다. 하나의 영화에 해석은 매우 많다는 사실. 만약 사물이나 이슈에 대한 생각에 현미경을 들이대면 얼마나 다채롭고 미묘한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을 터다.

<미래는 꿈꾸는 대로 온다>(예서. 2021)는 총 30개 꼭지로 구성된 문화비평집 또는 문화평론집이다. 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일종의 리뷰이다. 저자는 그 리뷰들이 ‘그냥’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냥 보고 읽은 것이다. 눈이 가는 대로 그냥 보았고 손이 가는 대로 그냥 읽었다. 그냥 생각나는 영화와 글에 대해서만 썼다. 어떤 글은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 썼지만 또 어떤 글은 혼자 간직하기 위해 썼다.“

말하자면 ‘발길 닿는 대로 걸은’ 책과 영화 그리고 삶에 대한 기록인 셈이다. 이 책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 ‘각자 자기만의 책읽기, 영화보기 방법이 있구나, 영화와 책이 삶에 그렇게 녹아드는구나’ 하는 점을 깨닫게 한다는 것. 또한 그렇기에 전문가가 쓴 글보다 더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보통 사람의 글 수준이 아니다. 책 속의 한 대목이다.

“우리는 화해와 용서라는 말을 많이 하고 또 많이 듣는다. 물론 좋은 말이고 꼭 필요하다. 하지만 화해와 용서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피해자가 이제 그만해도 괜찮다고 말해도 가해자는 계속해서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홀로코스트뿐만 아니라 개인과 개인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가해자가 사과와 반성 없이 스스로 용서받았다고 말했을 때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밀양>(2007)의 신애의 예에서 보듯이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깊다. 그렇기에 피해자 앞에서 먼저 함부로 화해와 용서라는 단어를 꺼내서는 안 된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화해와 용서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선물을 주는 사람에게 왜 선물을 주지 않느냐고 따져 물을 수도 없고 당연히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화해와 용서는 결코 선물이 아니다.’” (70쪽)

저자는 대학에서 영어, 문학, 영화, 책읽기, 글쓰기, 인문학 등을 강의하며 여러 매체에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쓰고 있다. 영화와 책에 관한 저서도 여럿 있다. 책 뒤의 추천사가 그 전문성을 말해준다.

“난제의 텍스트들을 쪼개듯 파고 들어가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가는 힘이 부러울 따름이다.” (시인 이종수)

그렇다면 혹시 메뉴로 삼은 영화와 책을 걷고 난 후의 깨달음이 있다면 무엇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라고 한다.

‘세상을 조금 삐딱하게 보아라. 하지만 미래를 비관하지 말자. 미래는 꿈꾸는 대로 온다.’

책과 영화에 관심이 있는, 그에 대해 글을 쓰고 싶은 대학생과 일반 독자가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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