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시대, 집은 문화향유 공간
내달 현대건설과 손잡고 미술감상 서비스

이색 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익관 회장.

[더리포트=조아람기자] "최근 들어 집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주거 공간의 가치와 의미는 일과 휴식, 그리고 사교를 위한 기능까지도 동시에 아우르는 영역으로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집이 삶의 공간이자 문화·사회학적인 장소가 될 수 있는 거지요. 저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 일상은 크게 달라졌다. 이런 가운데 미술 분야에 이색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홈 갤러리’, ‘찾아가는 갤러리’라는 컨셉으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시대에 맞는 미술 향유를 주창하고 있는 미술계 스타트업이다.

주인공은 ㈜하비우드의 ‘The original Home Gallery’이다. 고급 대형 캠핑카(에어스트림,조지타운) 2대를 개조한 이동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내달 현대건설과 손잡고 아트서비스를 시작한다. 

27일 ㈜하비우드를 이끄는 전익관 회장을 만나 흥미로운 구상을 들어봤다.

-먼저 ‘홈갤러리’ 비즈니스 설명을 부탁한다.

“일단 뿌리는 하이데거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하이데거에게 인간의 주된 문제는 '고향 상실’이다.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의 본래적 성질을 온전히 내맡길 수 있는 고향이나 집(홈)과도 같은 장소를 상실하고 자기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한 채 유령처럼 떠도는 존재다. 예술은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에게 홈(장소-있을 곳)을 마련해준다. 미술을 포함한 예술이 존재의 집인 것이다. 예술 향유의 가치다. 바로 홈갤러리 스타트업이 그 일을 하려는 것이다.”

캠핑카를 개조한 ㈜하비우드의 갤러리.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개념인데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렸나.

“젊은 시절 잡지 화보에 실린 피카소그림이 좋아 오려다 액자를 해서 걸고 10년을 봤다. 미술에 대한 관심과 감성은 현업 작가 못지않다. 내가 미술 일을 시작한다고 하니깐 모두들 웃었다. 심지어 아내와 딸 사위까지 나서서 말렸다. 하지만 미술컬렉터로 화랑과 경매회사를 접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유통구조가 너무나 폐쇄적이라는 점이다. 미술향유자 입장에서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무엇이 폐쇄적이란 말인가.

미술시장 유통이 객관적이지 못한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화랑과 옥션사가 폐쇄적이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관객’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앞으로 미술시장은 IT시대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 투명한 정보교류만이 미술시장을 살리는 길이다. 세계 유수갤러리들이 이미 서울에 진출해 있다. 글로벌화 된 미술시장에서 생존의 길이 무엇인가 돌아볼 시점이다.”

-미술시장의 성장 정체 원인이 화랑이나 옥션사 탓 만은 아닐텐데.

“작가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세상이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데 작가는 아직도 ‘근대적 의식’에 머물러 있다.”

-전 회장의 생각에 부합하는 화가를 꼽는다면.

엔디 워홀이다. 나는 컨템포러리 아트에서 중요한 획을 그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작업자체가 자본주의 대량생산시스템에 충실한 작가다. 그와 같은 시대정신과 실험성이 필요하다. 사실 워홀은 처음에 6번의 드로잉 전을 가졌는데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1958~62년 사이에 그는 심경의 변화를 맞이한다. 자신이 스스로 새로운 예술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자본주의 기계의 부속품처럼 작업을 했다. 실크스크린 큰 꽃그림은 그 때 만들어졌고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싼 데이비드 호크니도 워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선도적 패션 감각과 최신 기기(애플 아이패드 브러쉬)를 이용한 그림 작업은 신세대 작가들에게 오히려 자극이 될 정도다.

-미술 향유를 ‘부르짖고’ 있는데, 그 당위성은?

지금 세계는 문화전쟁에서 생존해야 하는 절박한 명제를 안고 있다. 문화 복지는 삶의 질개선이라는 절대적 가치 뿐 아니라 문화우위시대 국민문화수용능력 향상이라는 과제도 떠맡고 있다. 국민의 미적 감수성과 문화적 창의력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시대가 됐다. 문화적 상상력과 창의성은 국가산업의 원동력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을 들려달라.

첫 사업으로 오는 6월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에서 찾아가는 갤러리를 펼친다. 이미 현대건설과 홈갤러리 서비스 MOU체결을 마친 상태다. 고급 대형 캠핑카(에어스트림,조지타운) 두 대를 개조한 갤러리가 아파트공간으로 찾아간다. 맛보기 아트공간으로 입주민들이 자신의 집에 걸 작품을 고르는 소통채널이 될 것이다. 입주민들은 한 달간 향유서비스를 받고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전익관 회장은 한 때 미용업계의 전설로 통했다. 미용용품을 파는 살롱문화와 다수 미용사시스템이 정착되도록 한 주인공이다. 그는 9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미용분야 경영기법을 현장에서 익혔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살롱매니지먼트 전문회사를 만들어 미용업계에 전파했다. 살롱의 수익 개선은 물론 직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노력으로 국내 첫 미용시장경영 석좌교수(서경대)라는 명예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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