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까지 강남 연우갤러리 초대전...흔들리듯 쏟아져 내리는 화폭 기운생동의 전형

 

작품 'Last spring'

[더리포트=조아람 기자] 초봄의 기운이 덮치면 개나리는 맨 먼저 꽃을 피우며 제 존재를 힘껏 알린다. 생경한 노랑의 색채가 주변을 물들이면 그제야 우리는 그곳에 있었던 알 수 없던 덤불이 개나리임을 깨닫는다. 꽃을 달고 나서야 비로소 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개나리의 숙명이다.

30일까지 강남 연우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는 김진숙 작가는 10여년전 어느 봄날 아침 집 앞 화단에 거짓말처럼 피어난 노란 꽃무더기에서 영감을 얻어 개나리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자신이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골든벨처럼 생긴 개나리 꽃이 종을 울려 준 셈이다.”

그는 개나리 꽃이 쏟아내는 빛의 드로잉을 화폭에 담아냈다. 희망이라는 꽃말처럼 작가의 그림에 김진숙이라는 이름의 꼬리표가 달리기 시작했다.

“존재감을 극대화시키는 색채의 강열함과 더불어 수 없이 많은 꽃송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가 큰 과제였다, 군집된 꽃무더기의 어지러움 속에서 나름의 질서를 찾아주고 가장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 형식을 모색해야만 했다.”

작품 'Blossom'

그는 우선 질감이 필수임을 깨달았다. 단색으로 마감한 바탕으로 색면 추상에 가까운 화면을 구성하고 그 위에 모델링 페이스트를 이용해 캔버스 표면에 두툼한 질감을 형성하고 그 위에 켜켜이 물감을 쌓아 얹었다. 바닥을 성형하는 지난한 작업이 뒤따르며 물감이 마른 후 또 다음 층을 입히는 기다림의 시간을 몇번이나 견뎌내야 했다. 화폭은 폭포가 흐르듯 쏟아져 내렸다.

자연스레 동양화의 기운생동을 유화로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도 따르고 있다. 미술계가 그를 주목하는 이유다.

작가의 그림소재는 군집으로 피어난 개나리 무더기에서, 바람결을 타고 흐르는 수양버들이나 봄빛에 흐드러지는 벚꽃의 군무, 때로는 오래 묵어 긴 가지가 출렁대는 은행나무로 옮겨가고 있다.

작품 'Ginko'
작품 'Ginko'

“쏟아져 내리듯 길게 늘어져 흔들리는게 좋았다. 생명의 아우성을 보는듯하다. 빛에 따라 출렁이는 모습은 바로 생명의 깃발이다. 나는 다만 화폭에 빛이 그리는 생명의 드로잉을 담아낼 뿐이다.”

작가들이 눈으로 들어 온 자연계의 한 장면을 재현한다는 것은 단지 외형의 닮은 꼴 묘사만으로는 실현하기 힘들다.

“체득했던 장면과 감정을 보는 이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추상과 구상, 이미지와 물질이 공존하는 그림을 만들었다. 전통적인 구상화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내 자신 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뭐라할 수 없는 묘한 감흥이 일렁인다. 시각을 넘어서 오감을 화폭에 펼쳐내고 있기 때문이다. 왠지 그로테스크하기도 하다. 전위적 미감이다.

작품 앞에 서 있는 김진숙 작가.
작품 앞에 서 있는 김진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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