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혈액은 혈장,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으로 이뤄진다. 여기에는 저마다 고유한 기능을 하는 7종의 세포들이 있는데, 각 세포를 식별해야 인체 기능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특히 백혈구의 25%를 차지하는 림프구에는 T세포, B세포, NK세포 등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들이 있어 더욱 중요하다.

혈액 세포를 식별하는 데는 주로 항체가 사용된다. 세포가 가진 고유의 바이오마커와 항체의 결합을 통해 세포를 식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항체 식별은 세포를 고정하거나 죽인 후 진행되기 때문에 세포를 살아있는 상태에서 식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세포를 투과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형광분자를 이용하는 방식이 등장했지만, 면역세포 중 B세포와 T세포의 경우 크기와 모양 등 물리적 특성이 유사하여 지금까지는 형광분자만으로 구별이 어려웠다.​

B세포는 바이러스, 세균 등 외부 항원이 들어왔을 때 항체를 분비하여 항원을 저해하는 역할을, T세포는 항원 유입 시 사이토카인과 같은 면역물질을 분비하거나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들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면역치료 및 세포의 이상을 조기에 파악하려면 두 세포의 구분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단백질, 탄수화물 등 기존 바이오마커가 아닌 세포 자체의 차이를 이용해 세포를 식별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27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연구원 소속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은 우선, 생쥐의 비장에서 B세포와 T세포를 분리한 뒤, 1만 개의 형광분자를 도입했다. 그중, 세포막에서 B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분자를 발견하고, 이를 ‘CDgB’라 명명했다.

CDgB는 탄소 분자가 길게 연결된 ‘탄소 꼬리’를 가지고 있다(a). 소수성인 CDgB는 수성 매체에서 100nm 이하 크기의 나노응집체를 형성하는데, 이 응집체가 세포막에 융합되어 B세포와 결합하면 형광이 켜진다.
CDgB는 탄소 분자가 길게 연결된 ‘탄소 꼬리’를 가지고 있다(a). 소수성인 CDgB는 수성 매체에서 100nm 이하 크기의 나노응집체를 형성하는데, 이 응집체가 세포막에 융합되어 B세포와 결합하면 형광이 켜진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공동 교신저자인 장영태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로 항체 기반 식별 기술을 대체하여 살아있는 상태에서 세포를 식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했다”며 “향후 CDgB는 형광 세기를 토대로 세포의 이상을 파악하고 질병을 조기에 예측하는 도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4월 9일 화학분야 권위지인 미국화학회지(JAC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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