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점 반도체는 지름이 2~10nm 수준에 불과한 양자점(Quantum Dot)의 전기적‧광학적 성질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출처: Flickr)
양자점 반도체는 지름이 2~10nm 수준에 불과한 양자점(Quantum Dot)의 전기적‧광학적 성질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출처: Flickr)

[더리포트] 양자점 디스플레이(QLED) TV 등 양자점 반도체의 성능을 낮추는 새로운 원인이 발견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은 1000조 분의 1초 단위로 시료를 분석할 수 있는 ‘펨토 초 시분해 분광법’을 이용해 기존 기술로는 관측이 어려웠던 새로운 효율 저하 원인을 찾았다.

양자점(Quantum Dot)은 지름이 2~10nm(나노미터‧10억 분의 1m) 수준에 불과한 반도체 입자다. 크기에 따라 다른 주파수의 빛을 방출하는 등 독특한 전기적‧광학적 성질을 지닌다. 양자점과 같은 반도체에는 전자가 머무를 수 있는 특정 궤도(에너지 준위)들로 구성된 두 개의 밴드가 존재한다. 여기서 전자가 차 있는 아래쪽의 밴드를 ‘가전자대’, 전자가 비어있는 위쪽 밴드를 ‘전도대’,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에너지 차이를 밴드갭(Band Gap)이라 부른다.

밴드 내의 에너지 준위들은 일종의 사다리와 같아서, 외부 에너지(빛)를 받은 전자는 사다리의 위 칸으로 이동한다. 이를 들뜬(excited) 전자라고 부르며, 전자가 사라진 빈자리를 정공(hole)이라 한다. 시간이 지나 에너지를 잃게 되면, 전자는 다시 사다리의 아래층, 즉 낮은 에너지 준위로 돌아와 정공과 재결합한다.

양자점 기술의 핵심은 전도대로 들뜬 전자가 어떤 경로를 거쳐 정공과 재결합하는지에 달려 있다. 들뜬 전자가 빛을 다시 방출하면서 제자리로 돌아와 정공과 결합하는 경우, 이 빛을 디스플레이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오랜 시간 들뜬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 빛에 의해 생성된 전자와 정공을 이용하여 전류를 만들 수 있다. 즉, 전도대로 들뜬 전자의 동력학을 이해하는 것은 양자점의 응용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들뜬 전자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많은 분광학 연구가 진행됐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가전자대에 생성되는 정공의 영향 때문에, 복잡한 전자전이(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바뀌는 것)를 명확히 관찰하기 어려웠다. 또한, 기존 기술은 전자의 동력학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펨토초 시분해 분광법을 이용해 ‘자가도핑 양자점(self-quantum dots)' 전도대 내부에서 벌어지는 전자 전이만 선택적으로 실시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자가도핑 양자점은 전도대의 일부가 전자로 차 있는 입자로, 가전자대의 정공의 영향 없이 전도대 내부 전자의 움직임만을 선택적으로 관측하기 유리하다.

그 결과, 약 1피코 초(ps‧1조 분의 1초) 내에 전자와 정공이 재결합하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인트라밴드 오제현상(intraband Auger process)’이라 명명했다. 이는 기존 기술로는 관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다. 기존 오제 현상은 가전자대의 정공이 에너지 전달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반면 관측된 인트라밴드 오제현상의 경우, 전도대의 전자들 간의 충돌 및 에너지 전이를 기반으로 일어난다.

제1저자인 임준형 연구교수는 “들뜬 전자가 빛 방출 없이 정공과 빠르게 재결합하는 ‘오제현상’은 발광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양자점의 응용에 있어 해결과제로 여겨져 왔다”며 “전도대 내 전자 전이만을 선택적으로 관측한 결과, 기존 보고된 오제현상 외에 또 다른 비(非) 방사 결합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셀(Cell)’의 자매지인 ‘매터(Matter)’ 지난 1월 30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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