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까지 갤러리마리
수많은 점 반복적 붙임
수행적 ‘정신성’ 획득

박영훈 작가

[더리포트]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이달 23일까지 갤러리 마리에서 특별초대전을 갖는 박영훈 작가의 작품세계다. 전시제목도 그래서 ‘BLACK INTO LIGHT’다. 대립되는 관계적 미학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돼 ‘보는 자와 보이는 것’의 관계로부터 ‘눈으로 보는 것과 마음으로 보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므로서 미적 이해 그 너머의 세계를 열어 놓는 방식이다.

작가는 캔버스에 픽셀과도 같은 컬러 알루미늄 조각을 핀셋으로 옮겨 붙이고 우레탄 도장을 한다. 언뜻보면 어떠힌 형상도 읽어낼 수 없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면 어렴풋한 형상이 드러난다. 부분적으로 점과 색면과 빛에 의해 비로서 얼굴을 내미는 형식이다.

작가가 형상대신 ‘지각에 호소하는’ 감각의 덩어리로 인식되기를 의도하고 있는 것이다. 감각적 덩어리와 형상의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이다.

“이해의 경험이 미적 경험의 전부일 수 없다. 미적 자기 소통은 이해의 중단 사태를 겪으며 마침내 미적 경험들의 긴장감 넘치는 통일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색즉시공,공즉시색의 세계를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디어 설치 작업 2점과 입체 조형 작업 3점, 평면 작업 28점을 포함한 총 33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박영훈 작가 작품

박영훈 작가는 FaceBook korea의 아트디렉터, 세계적인 건축가 스티븐 홀의 전시 총감독 등 디렉팅 능력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보여주는 일련의 치밀함과 정교함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작가가 가장 애정을 쏟은 프로젝트는 시각 예술의 특별한 힘을 통해 어린이들이 치유되는 것을 돕는 비영리 단체 RXART와의 협업이다. 그동안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여했다.

화폭에 점을 붙여가는 작가의 모습은 명말청초의 천재화가 석도를 떠올리게 해준다. 그의 화론(畵論)은 ‘애초에 법이 없으며, 주체인 내가 한 번 그음으로써 모든 법이 생겨난다’고 시작된다. 그래서 일획이 만획이 된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나 존 케이지(John Cage)와 머서 커밍햄(Merce Cunningham)이 주장하는 ‘개념’, ‘소음’, ‘일상의 몸짓’이 미술이고, 음악이며, 무용이라는 소리도 같은 맥락이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세계를 자기 예술의 최소 단위로 환원하여 ‘그라운드 제로’에서 시작하고 있는 모습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영훈의 회화작업도 한 점의 점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미술사에서 점을 하나의 최소 추상 단위로 환원하여 그 점으로 구성하는 작업은 흔한 일이다.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부터 폴

시냑(Paul Signac), 로이 리히텐스타인(Roy Lichtenstein),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등에 이르기까지 적지않은 예술가들은 점과 점 사이에서 발생하는 색채의 효과를 노리는 작품을 제작해왔다. 게다가 디지털 매체가 발달하면서 망점이나 픽셀이라는 최소 단위 디지털이미지를 사용해서 작업하는 일도 흔해졌다. 박영훈도 그 흐름 속에서 작품을 진행한다.

주목할 점은 박영훈의 점은 입체적인 작은 덩어리다. 점이면서 면이고, 형태며 색덩어리다. 반면 수많은 점을 붙여가는 모습은 수행적 의지로 비물질성의 결정체다. 정신적 세계로의 승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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