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의 이해와 연구' 펴낸 인하대학교 윤인현 교수

인하대학교 윤인현 교수

[더리포트=최종훈 기자] 기원전 5세기 공자가 유학(儒學)을 제창한 이래로 유교 문화는 동북아시아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성인군자를 이상적인 롤모델로 삼는 유교적 전통으로 인해 성군 세종대왕, 성웅 이순신 장군처럼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위인이 탄생할 수 있었다.

허례허식 등 유교에 대한 비판이 만연한 지금이지만,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도 옛 성현들이 보여준 선비정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옛 선비들이 남긴 문학 작품을 통해 그들의 사상과 삶의 가치관을 고찰하는 책 <한문학의 이해와 연구>(경진출판. 2021)를 집필한 인하대학교 윤인현 교수로부터 신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문학을 오래 연구해오셨는데 빠져들게 된 계기가 있으십니까?

“처음 경서 공부를 시작했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구절구절 읽으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느낌이었죠. 제가 겪은 신세계를 독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한문학은 지금보다 몇 세기 이전의 작품을 다룹니다만, 옛 유학자들의 문구 속에 선구적인 삶의 자취가 남아있습니다. 그중에는 우리 같은 후대인들이 고찰해보고 삶의 본보기로 삼을만한 문장이 많습니다.”

-예로부터 이어지는 삶의 지혜라는 것이군요. 저서에서 다루는 내용도 그와 관련된 주제인가요?

“이번 책은 지금까지 주제의식을 갖고 꾸준히 써온 소논문을 모아서 편찬했습니다. 1부에서는 기존 문학론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내용이 주가 되고, 2부에서는 한문학 작품에 드러난 작가들의 사상과 가치관을 알아보는 구성입니다.”

-기존의 오해란 무엇인가요?

“전통적인 작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문학의 가능성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그러나 문학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사고(思考)는 유한하죠. 이 한계를 넘고자 기존의 작품을 참고하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자신의 것에 기존의 것을 접목해 변형하고 확장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면 점화가 되지만, 발전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하고 뜻을 똑같이 되밟으면 도습이 됩니다. 더 심한 경우 그대로 따라 베끼는 표절이 있고요. 고평가를 받는 작품 중에는 알게 모르게 점화를 잘 활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날로 따지자면 논문표절, 양산형 소설 공장이 떠오르는데요. 창작의 세계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군요.

“그렇습니다. 피카소가 남긴 명언 중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점화를 잘 다루는 문학가는 기존의 것을 그대로 쓰지 않고 창조적 모방을 거치기에 독자들이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모르거나, 훔쳤다는 사실조차 쉽사리 추론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점화(點化)를 뜻을 가져와 쓰는 용사(用事)와 혼동하고 있어 구체적인 예시를 거들어 설명했습니다.”

-2부에서는 공자, 굴원, 이규보, 이언적, 허난설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이 소개되는데요. 이 가운데 교수님이 특히 주목하는 한 명을 꼽는다면 누구인가요?

“굳이 한 명을 고르자면 허난설헌입니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누이입니다.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천재적인 문학 감각의 소유자입니다. 한 번은 허균이 그녀의 시를 모아 명나라 사신에게 보여줬습니다. 작품을 읽은 사신은 감탄해서 중국에 돌아가 난설헌집을 출간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중국의 여러 시선에 실렸습니다. 한문학의 본가인 중국에서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녀의 선구자적 기질이 있어서입니다. 아버지와 형제들 모두 옳다고 믿는 신념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진보적 성향이 강했습니다. 이런 진보적인 집안에서 자라온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문학을 연구하는 교수로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한문학을 분석하고 연구하면서도 저는 항상 선비정신을 관심에 두고 공부해왔습니다. 최근 뉴스를 보면 갈수록 우리 사회에 강상의 도가 무너지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합니다. 많은 사람이 한문학을 읽으면서 예로부터 우리의 정신 속에 이어지는 선비정신을 되살려 살맛 나는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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