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며 빵을 굽다> 쓰카모토 쿠미 지음 | 서현주 옮김 | 더숲[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저임금 장시간 노동,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니까.’ 이렇게 자조하며 매일 견디고 있다면, <달을 보며 빵을 굽다>(더숲.2019)의 저자의 말을 새겨듣자.“좋아서 하는 일도 이윤이 남아야 한다.”당연한 말이지만,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는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이 생계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망설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제빵사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면서도 삶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끝에 길을 찾았다.점포를 열지 않고, 주문받은 후 빵을 만드는 원칙에 따라 수익 구조를 세웠다. 혼자 모든 작업을 전담하기 때문에 주문은 하루 약 98개가 최대다. 또 달의 움직임에 따라 20일을 빵을 굽고 10일은 여행을 떠난다. 빵 재료를 찾아 생산지를 직접 돌아보고 생산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만큼 식자재 맛에 신경을 쓰고 최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요리법도 빵 만드는 시기에 따라 다르다.물론 주변 빵집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저자는 식자재 생산자들에게 확실한 이윤을 제공하고, 빵을 만들기 위한 재료비, 인건비를 고려해 정당한 가격을 책정했다고 말한다. 건강한 빵을 만든다는 그의 철학, 작지만 매일의 행복을 만드는 일을 하겠다는 다짐이 통했던 것일까. 시골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 날아드는 주문이 상당하다. 하루 배송할 수 있는 분량의 한계로 어떤 주문 건은 5년 이상 기다려야 받아볼 수 있다.책은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에 저가전략이 아닌, 삶의 철학과 희소성을 조화롭게 실현한 한 사례를 보여준다. 저자가 제빵사의 길을 가게 된 사연, 원가 대비 이익률 책정에 기준을 세워준 경험, 고됐던 7년간의 제빵 수련 시기 등이 담겼다.
책속의 지식·명문장 | 박세리 기자 | 2019-01-15 14:54
<우리말 교실> 조현용 지음 | 마리북스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숟가락과 젓가락, 두 어휘의 받침에 구별이 있다. 같은 가락인데 젓가락은 시옷 받침, 숟가락은 디귿 받침이다. 비슷해 보이는 단어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기되어 혼동을 준다. 어원에 차이가 있어서다.숟가락에는 수량을 세는 단위명사가 들어있다. 나무에 그루, 꽃에는 송이, 동물에 마리가 쓰이듯 숟가락에서 단위 명사는 ‘술’이다. ‘한술 뜨다’라는 표현을 보면 술은 숟가락을 의미한다. 숟가락은 수에 디귿이 붙은 것이 아니라 술이 ‘숟’으로 변한 것이다.이에 반해 젓가락의 저(著)는 한자어로 ‘저+가락’의 구성이다. 한자어와 순우리말 사이에서 뒷말이 된소리가 되며 사이시옷을 쓰는 조건이다.그런가 하면 우리말에는 발음의 유사성이나 눈에 너무 익어서 일어나는 오류도 있다. ‘금새’와 ‘금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금 바로를 뜻하는 부사로 ‘금세’가 옳은 표기지만, 방송 자막에서조차 ‘금새’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대개 ‘새’를 ‘사이’의 줄임말이라고 착각해 오용하지만, 금세라는 말의 어원은 ‘금시에’가 줄어든 말이다. 금시는 한자로 今時로 쓰며 ‘바로 지금, 곧’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조사 ‘-에’가 함께 쓰이는 예가 많아 ‘금시에’가 한 단어 ‘금세’로 바뀐 경우다. 조사가 어휘 속에 포함되어 새 단어가 된 사례다. <우리말 교실>(마리북스.2018)이 소개한 내용이다. (일부 수정)책은 우리말 어휘학자 조현용 교수가 우리말 공부의 기본인 맞춤법부터 문법, 띄어쓰기, 비유법, 외래어 표기법 등을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담았다. 또 일상에서 자주 틀리거나 헷갈리는 말을 구별하는 법도 실었다.
책속의 지식·명문장 | 박세리 기자 | 2018-11-20 14:45
<과학자들 1. 그래도 지구는 돈다> 김재훈 지음 | 휴머니스트[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이탈리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었다면 영국에는 로버트 훅이 있었다. 공기의 탄성 연구, 현미경으로 세포벽 관찰, 목성의 대적점 발견, 빛의 파동설 제안, 중력의 역제곱 법칙 제안, 탄성체에 관한 법칙 발견, 화석 연구, 왕립학회 회장 역임. 모두 한 사람이 이룬 업적이다.더 흥미로운 점은 그의 다재다능한 능력보다 그가 생계형 과학자였다는 사실이다. 출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다양한 실험에 능해 당대 많은 과학자의 논문과 학위 수여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정작 그의 창의력과 열정은 항상 생계와 직결됐다. 가진 돈을 써가며 철학하고 공부하는 사람들과 처지가 달라도 한참 달랐다.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허약체질로 태어났다. 남다른 창의력과 비범한 손재주를 타고나 한때 화가를 꿈꿨지만, 안정적인 수입을 고려해 공립학교에 진학한다. 18세에 옥스퍼드에서 공부할 때도 학업과 돈 버는 일을 병행했고 그때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준 로버트 보일을 만난다. 보일은 귀족 출신에 과학계에서 명망이 두터운 사람이었다.훅은 보일이 주도해서 설립한 왕립학회에서 그의 지지 아래 실질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학회 내외에서 보고되는 모든 새로운 발견과 이론은 훅의 검증을 거쳐야 했다. 그 후 1662년 왕립학회 초대 실험 책임자 임명, 1665년 왕립학회 종신 관리직 임명, 그레셤 대학교수 역임, 같은 해 <마이크로그라피아> 저서 발간이라는 업적을 이뤘다.특히 그가 낸 책은 총 60장으로 구성되어 무생물, 생물, 동물, 공기, 별, 달에 관한 광범위한 내용을 수록해 다채로웠다. 그중 나무껍질인 코르크에서 발견한 형태를 ‘세포(cell)’라 이름 붙였고 당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탄성 한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탄성체가 늘어나는 양은 작용하는 힘에 비례한다는 훅의 법칙도 그가 이룩한 성과다. 비록 월급쟁이 과학자였지만, 로버트 훅이 이룬 성과는 남다르다. <과학자들 1. 그래도 지구는 돈다>(휴머니스트.2018)가 소개한 내용이다. (일부 수정)책은 아지작 뉴턴이 뉴턴의 법칙을 수학적으로 증명하기 전, 훅은 1679년에 뉴턴에게 편지를 보낸 바 있다고 덧붙였다. 행성의 궤도에 관해 설명하며, 태양과 해성 간의 인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궤도 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이다. 과학사에 한 축을 담당했던 인물과 그들의 업적, 인간적인 면면들을 담았다. 일러스트가 함께 해 내용의 지루함을 덜고 흥미와 흡입력을 더한다. 과학입문서로 손색없다.
책속의 지식·명문장 | 박세리 기자 | 2018-10-31 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