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속의 유래> 박호순 지음 | 비엠케이[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오는 19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대개 정월 보름날 오곡밥을 먹는데 오곡(五穀)은 원래 쌀, 보리, 콩, 조, 기장의 다섯 가지 곡식을 말하지만, 각 가정에서 구할 수 있는 곡식 5가지로 오곡밥을 짓기도 한다. 그런데 정월 대보름에 왜 오곡밥을 먹을까.예로부터 2가지 이야기가 전한다. 하나는 사대부가와 양반가에서는 정월 대보름날 먹기 위해 열나흗날 저녁에 약식을 만드는데, 평민들은 약식에 넣는 밤, 대추, 잣 등을 구하기 어려워 약식 대신 약식과 비슷한 오곡밥을 지어 먹었다는 내용이다.다른 하나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설 명절을 즐기는 동안 새해 봄에 파종할 씨앗을 선별하는데 충실하게 여물어 싹이 잘 트게 생긴 좋은 종자를 구분하고 난 뒤, 나머지 곡식을 한데 모아 두었다가 정월 열나흗날에 밥을 짓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우리 민속의 유래>(비엠케이.2016)가 소개한 내용이다.이 밖에 정월 대보름에 관한 풍속으로 부럼 깨물기와 귀밝이술, 더위팔기도 전했다. 부럼 깨물기 풍속은 보름날 이른 아침에 날밤, 호두, 잣, 땅콩 등을 깨물면서 “금년 한 해도 건강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라며 기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몸에 종기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한 일종의 주술적인 풍속이다.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 임금도 종기로 고생하다 목숨을 잃기도 했다. 당시 종기는 죽음을 부를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인 만큼 염원을 담았던 풍속이다. 부럼은 땅콩, 호두, 밤, 잣 따위의 총칭이기도 하지만, 몸에 생기는 부럼이나 부스럼을 일컫기도 한다.귀밝이술은 부럼 깨물기 다음에 하는데 데우지 않고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특징이다. 일설에는 귀가 밝아지고 일 년 내내 좋은 소식을 들으며 잡귀와 질병도 몰아내는 기능이 있다 하여 부녀자들도 마셨다. 더위팔기는 상대방 이름을 부르고 대답하면 “내 더위 사 가라”라고 외친다. 요즘은 듣기 어렵지만, 문명의 이기가 없던 시절 무더위에 지치는 것을 덜어보고자 하는 염원에서 만들어진 풍속일 터다.
책속의 지식·명문장 | 박세리 기자 | 2019-02-18 14:35
<상속의 역사> 백승종 지음 | 사우[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효도가 사회윤리 규범이었던 동아시아에는 부양 계약서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과거 유럽인들은 부모자식 간에 부양 계약서를 썼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국가의 복지제도가 효율적으로 작동한 20세기를 예외로 두면, 멀리 중세 때부터 이어져 천 년의 전통을 가졌던 계약서다.중세 때는 문맹자가 많아 구두계약이 대부분이었지만 18~19세기에 이르러 부양 계약서를 작성하는 지배적 흐름이 있었다. 도시 중산층의 경우 상속자가 피상속자를 어떻게 부양할지 구체적으로 명시했는데, 의식주를 비롯해 병을 얻으면 간병을 어떻게 할지, 장례는 어떻게 치를지 자세히 기록했다.더 생경한 점은 식생활에 관한 부분이다. 이를테면 우유는 일주일에 몇 리터나 제공할지, 번터와 치즈는 얼마만큼의 분량을 줄지, 고기요리는 한 달에 몇 번이나 식탁에 올릴지 정했다. 규정을 어기고 부양에 게을렀던 상속자는 자격이 박탈되어 유산 상속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들이나 조카를 대신해 노인을 끝까지 시중들었던 하녀나 이웃이 유산을 상속하기도 했다.농촌의 경우 부양계약서와 비슷하게 은퇴계약서를 썼다. 유럽 도처에서 발견되는 문서로 노쇠한 농부가 자신의 경작지나 소작지를 자식에게 맡기고 생업 전선에서 물러나며 작성했다. 경작지를 소유한 농부뿐만 아니라 소작농민도 문서를 만들었다. 작성 시기와 방법은 나라마다 달랐지만, 농지 규모가 작을수록 은퇴 시기가 빨랐다. 높은 수준의 농업생산성을 생각해 빨리 세대교체를 하기 위해서다.이들은 은퇴 이후 상황에 따라 따로 살거나 한집에서 살며 농장에서 생산되는 우유와 고기, 감자, 달걀, 땔감 등을 제공받았다. 오늘날의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상속의 역사로 조망하는<상속의 역사>(사우.2018)가 소개한 내용이다.효도라는 사회적 강제 장치가 느슨해지는 현대에 재산 상속을 둘러싼 분쟁은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부양 계약서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 이른바 ‘효도계약서’다. 재산 상속 후 부양을 이행하지 않을 시 재산반환 소송을 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을 넣는다.
책속의 지식·명문장 | 박세리 기자 | 2019-02-14 16:06